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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Open Class – 마님의 오래된 생각: 질문, 인사이트, 솔루션

2017.09.28




이번 오픈 클래스에서는 지금 이 계절에 꼭 어울리는 분을 모셨습니다.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내고, 현재 ‘최인아 책방’을 운영 중인 최인아 대표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솔루션을 찾아내는 과정이 우리네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크고 작은 생각과 선택 그리고 결정들이 그녀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마님’이라 칭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결정적 순간마다


질문을 던져 답을 얻다



최인아 대표는 책방 주인답게 책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평범한 82년생 여자가 겪어야만 했던 한국의 성차별 이야기를 담은 <82년생 김지영>. 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본인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1984년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읽는 내내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고 합니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진급 속도 차이가 3년 이상 나는 건 당연했고, 급여 차이는 말할 것도 없던 시절. 일개 신입 여사원이었던 그녀는 성차별을 더욱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리곤 이것이 개인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깨우치고, 자신에게 첫 질문을 던집니다.


‘힘이 약한 개인이 힘이 센 시스템을 이기는 방법은 뭘까?’





그녀는 질문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최초, 첫 번째 사례인 ‘샘플’을 만들기로 합니다. 자신이 샘플이 되면, 그 뒤를 따를 후배가 조금 더 수월하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첫 샘플로 ‘프로페셔널’이란 단어를 사용합니다. 배우 채시라를 모델로 한 여성의류 브랜드의 카피로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를 세상에 공개한 것입니다.


첫 번째는 그저 두 번째보다 빠르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음 주자가 따라올 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기에 매우 매혹적이죠





PUSH보다 PULL


생각의 전환으로 인사이트를 구하다



“후배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 있어요. 세상에 맞추려 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만들라고. 그쪽으로 눈을 돌리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요.”


어쩌다 광고, 어쩌다 카피라이터를 시작하게 됐지만, 29년 그녀의 광고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흔히 광고는 감각적이고 트렌디해야 한다고 하지만 최인아 대표는 대단히 진지하고 무거운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최인아 대표는 틀에 맞춰가기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부하고자 오기를 품습니다. ‘PUSH’만 있는 일은 없고, 때론 ‘PULL’이 훨씬 강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생각이 인생의 어떤 선택 앞에서는 아주 훌륭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재능보다 중요한 태도,


해답의 방향을 바꾸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그릿>은 책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투자, 담대함, 담력, 의지 등을 뜻합니다. 살아가면서 조직이 커지고, 특히 서른 중반에서 마흔으로 갈수록 유능함보다는 앞서 언급한 종류의 것들이 영향을 끼칠 때가 많습니다.


그녀는 이어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을 추천하였는데요. 유대인인 빅터 프랭클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이 모두 죽임을 당하고 혼자 살아남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냐는 질문을 품었고,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이 사는 것’이라는 답을 얻습니다. 결국,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보다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본인이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오래 남는다는 교훈을 들려줍니다.






비슷한 예로 최인아 대표는 영화 <암살>을 떠올렸습니다. 염석진이 독립운동을 하다 도중에 변절하고, 해방 후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나는 마지막 장면. 그때 동지들은 ‘왜 동지들을 배반했냐’고 묻습니다. 이에 염석진의 대답이 인사이트가 만나는 대목이라고 말합니다.


“몰랐으니까, 해방될지 몰랐으니까”


결국 불확실한 시간을 견디지 못한 염석진. 이렇듯 인생의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희망을 놓는 순간 길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선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님의 오래된 생각,


걷다가 깨달은 솔루션



“통장 잔고로만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면 중요한 일에 돈을 쓰겠죠? 

 시간도 그렇게 쓰고 있나요?”





늙어간다는 건, 추가 수입 없이 통장 잔고로만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1년간 일을 쉬기로 합니다. 프랑스 전직 언론인이 집필한 <나는 걷는다>를 인상 깊게 읽고 무작정 산티아고로 떠납니다. 36일 동안 800㎞를 걸으면서 일에 대한 애정과 그간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돌려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갑니다.


“생각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걷는 거예요. 

 생각한다는 건 머리만이 아닌 온몸으로 하는 거고, 

 그래서 ‘아, 철학자들이 산책을 많이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마주한다면, 다만 며칠이라도 꼭 걷길 바란다고 강조한 최인아 대표. 중요한 건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뭔가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챈다는 건 정말로 중요한 일이란 겁니다.





버리기보단 덜어내는 삶,


용기 있게 ‘Simple Life’





그 후 6년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은퇴를 앞둔 그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던 그녀에게 이번엔 한 권의 책이 용기를 줍니다. 조용헌 칼럼니스트가 집필한 <方外之士>로, 적은 돈으로 꽤 괜찮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취재하여 쓴 책입니다. 그녀는 서울에 산다는 건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고 표현합니다. 모자란 시간을 돈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하지만 은퇴해서 시간이 많아지면 지금보다 돈 쓸 일이 많이 줄기 때문에 그리 겁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Simple Life>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버리기’를 실천하려 하지만, 핵심은 지금 누리는 것 중에서 조금 덜 중요한 것들을 덜어내면 보다 심플하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뜻을 지키며 살고 싶다면 조금 심플하게 사시라고, 최인아 대표는 이 날 오픈 클래스에 참석한 분들께 꼭 용기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최인아 책방에서


생각의 숲을 이루다



은퇴한 지 2년 만에 그녀가 찾은 일은 책방이었습니다. 본인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이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일을 찾은 셈이죠. 그녀는 지난해 선릉역 부근에 ‘최인아 책방’을 오픈할 때 가장 많이 받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Q.1. 어떻게 책방을 하게 되셨나요?


A. 광고와 다른 일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광고도 아이디어, 생각, 솔루션을 찾는 일이라 생각했고, 마찬가지로 책방도 어떻게 책을 보게 할 건지 생각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이 디지털 시대에 오프라인 책방을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고 교보문고처럼 큰 책방도 아니고요. 모든 브랜드는 존재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희 책방에 저보다 더 높은 액자에 이렇게 써넣었어요.


‘생각이 힘인 시대가 됐다.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내는 ‘생각하는 힘’은 어떻게 키울 것이냐? 

 나는 책이 가장 좋은 콘텐츠라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널리 퍼뜨리는 일을 하겠다.’



Q.2. 주로 어떤 책을 갖다 놓으시나요?


A. 영감을 주는 책들, 다른 인사이트를 품고 있는 책들을 갖다 놓습니다. 소설, 비즈니스, 심리학 등 장르와 상관 없이요. 그래서 슬로건이 ‘생각의 숲을 이루다’입니다.


작년에 책방을 오픈할 때 지인 220분께 숙제를 줬어요. 당신 인생의 책 10권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160분이나 해주셨어요. 그래서 1,600권 가까운 책들을 모아 추천 서가를 꾸렸어요. 주제는 열두 가지.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 겪어 봄직한 고민들을 분류한 다음, 북카드에 손글씨로 써서 책에다 꽂아놨어요. 그럼 손님들이 책은 잘 몰라도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한 추천 도서를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모두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갑니다. 고심 끝에 내린 선택과 결정은 늘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고, 질문하고, 또 그 질문을 들여다봄으로써 해법을 발견했다는 최인아 대표. 그녀의 이야기를 조언 삼아, 자신만의 방법으로 용기 있는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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